지난 주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공연 <the book>을 관람하기 위해 대학로 혜화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하는 나들이에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딱 좋은 사람, 딱 좋은 날씨, 딱 좋은 공연 딱 좋은 날이었다. 저녁 7시 공연을 위해 점심을 먹고 나들이 겸 혜화역으로 출발하였다. 룰루 랄라~♪ 혜화역에 도착하니 젊은이들의 거리답게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포차가 여기저기 널려있어 향기로 나를 손짓했다. 그러나 먼저 티켓수령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티켓을 수령하러 갔다. 이제 막 공연이 끝났는지 공연장 밖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집사님, 권사님, 전도사님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역시 교회 사람들이 대부분이구나 하면서 티켓을 수령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희한하게 이날은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배가 고파 대학로 맛집 중에 하나인 <대포찜닭>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왔다. 공연장은 약 200석 정도의 좌석으로 생각한 것보다 아담했다.
<the book>은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100년 전에 번역 성경을 전파하려고 노력했던 롤라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14세기는 성경의 내용이 라틴어로 되어 있어 백성들이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교회에서 알려주는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로 권력이 집중되었고 백성들은 교회의 말 한 마디에 울고 웃고를 반복하는 시절이었다. 그러다 롤라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주교와의 갈등을 다룬 뮤지컬이다. 기대 이상의 연기와 노래실력이었다. 처음에 등장하는 배우들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이런 작은 무대에서 이러한 공연을 볼 수 있는거 자체가 영광으로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무대였다. 작지만 강한 행복을 전해줬다. 그리고 생각을 신앙적으로 생활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다.
첫째는 신념에 관한 생각이다. 그들은 번역 성경을 전파하기 위해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교회에 번역 성경을 전파하는 것이 감찰사제에 의해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화형에 처하게 된다. 그러한 죽음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신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했다. 진리에 대한 배고픔이었을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자신의 일이 옳다는 강한 신념이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그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신념의 대단함을 느꼈다면 반대로 무서움도 생각했다. 잘못된 가치관과 신념이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과 연관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둘째는 올바른 신앙의 태도에 대해 고민했다. 극 중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교회에서 하라는 교리 다 지키고, 헌금하라고 해서 전 재산을 털어 헌금했고, 예배에 나오라고 해서 일 다 제쳐두고 교회에 나갔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나요?'와 같은 맥락의 내용이었다. 내 아내를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주일예배, 수요예배, 교회봉사 등 그 동안의 삶이 교회다라고 말할 정도로 신실했다. 그에 비해 남편의 입장으로서 축복을 많이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꼭 그것이 물질적인 보상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는 일에 대한 보상 등 아직 노력대비 보상이 덜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녀도 보상이 덜 주어지는 아내를 보며 내가 가질 수 있는 신앙에 대한 마음은 결코 커질 수가 없었다. 주일에는 아내를 따라, 시간이 되어서 교회에 가는 것이다. 극 중에서 말한 사람의 말처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신앙을 가져야하는가 <the book>에서는 성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신앙적으로 노력해도 성경을 읽을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로인해 축복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하고 있다. 성경을 읽는 것에서 출발하여 신앙적인 행동으로 옮겨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성경도 매일 읽고 있다. 그런데 왜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성경을 읽지 않는 내가 바라보았기 때문에 세상의 기준으로 아내를 바라봐 아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뿐일 것이다. 아내는 지금 연단의 시간에서 단단해지고 있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한 것이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하나님이 가장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시간은 골짜기에 있는 시간이며, 악마가 인간을 현혹하기 좋은 시간은 꼭대기에 있는 시간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하나님이 아끼는 인간들은 그 누구보다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통과해야 한다고 나온다. "아내는 하나님이 아끼는 사람이다."라고 생각되어졌다.
셋째는 목소리에 대한 생각이다. 정말 목소리들이 너무들 좋았다. 목소리가 가지는 힘을 다시금 느꼈다.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얼굴 생김새, 몸짓 이런 것들보다 더 호감을 부르는 것이 목소리라고 들었다. 이 뮤지컬이 내게 기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목소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그 목소리로 나도 저들처럼 복음성가를 멋지게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교회 성가대를 하고자 다짐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조금은 확신을 갖게 했다.
이 뮤지컬은 나를 조금은 신앙적으로 생활적으로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줬다. 생각정리하게 해주었고, 내 몸을 움직여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단 2시간의 공연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기대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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